정책연구

'학포자' 양산하는 부도덕한 학교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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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293회 작성일 19-04-2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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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작말

 세계 주요국들은 21세기 들어 교육의 기회 격차 및 성취도 격차를 줄임으로써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ility)이 가능하도록 하는데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빈부격차 등 양극화의 심화가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고 사회 통합을 어렵게 만들며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요국에서는 교육을 개혁하기 위해 가장 먼저 도덕적 교육목적(moral purpose)과 이를 실현할 도덕적 리더십(moral leadership) 구축을 강조한다. 한국의 헌법 제31조 ①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국의 학교교육에서는 도덕적 교육목적은 고사하고 헌법 31조 ①항이 보장하고 있는 권리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교육에 있어서 도덕성 회복이 시급하다. 한국의 학교교육에 희망이 있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모든 교육주체들이 도덕적 교육목적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도덕적 교육목적은 무엇이고 왜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


2. 도덕적 교육목적이란 무엇인가?

도덕적 교육목적은 교육분야 변화관리의 세계적 대가인 마이클 풀런이 오래 전 주창을 했고 세계의 주요국들이 이에 공감하고 이를 학교변화의 주요 전략으로 삼고 있는 개념의 하나이다. 도덕적 교육목적이란 표현은 한국인에게는 좀 생소하다. 도덕성이란 용어와는 약간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이해하기 쉬워 이 두 가지 용어를 필요에 따라 교환적으로 쓰기로 한다. 도덕적 교육목적이 중요한 것은 변화를 위해서다. 풀런은 "변화를 위한 절차 중 가장 중요하고 가장 먼저 갖출 것이 도덕적 교육목적이다."라고 강조한다.

도덕적 교육목적이 잘 실천되고 있는 나라의 사례를 통해 도덕적 교육목적이 무엇인지 먼저 짐작해 보자.

"핀란드의 교사들은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교실·과목·학년의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년과 소속 반에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에게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리고 교사들은 신뢰·협력·책임의 문화 속에서 모든 학생들을 위해 조용히 협력한다." (학교교육 제4의길 138쪽)

 "핀란드인들은 핀란드의 학업 성취도가 높은 것은 학교가 천재를 만들어내기 때문이 아니라 모든 아동들에 대해 학업에 어려움을 느끼는 징후가 나타나면 초기단계서 포착해 바닥으로부터 이들 모두를 끌어올려 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학교교육 제4의길 138쪽)

 "탐페레 시에서는 많은 교장들이 자신들의 학교뿐만 아니라 시(市) 전역의 학교들에 대해서도 중요한 책임을 맡고 있다. 이들이 이렇게 시 전역에 걸쳐 책임을 수행하는 동안 이들은 더 훌륭한 리더십 능력을 개발하고 공유할 수 있어 자신들이 맡은 학교 내에서도 더 나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준다. 더 나아가 교장들은 시의 미래를 위해 자신들이 투자하는 시민적 자부심을 생각할 때 자기 학교 아이들뿐만 아니라 탐페레 시의 아이들 모두에 대해 공동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필요한 사업을 수행하는데 자원이 부족해서 교장이 동료 교장에게 연락하면 그 교장은 '우리에게 여분이 조금 있어요. 우리 것을 좀 사용하실래요?'라고 말한다." (학교교육 제4의길 139쪽)

이상의 예는 한국적 관점에서 보면 매우 특이한 사례일 것이다. 모든 교사는 자신이 맡고 있는 반 아이, 맡고 있지 않는 반 아이의 개념이 없다. 학교의 모든 아동들이 나의 아동인 것이다. 그리고 아동이 학습부진을 겪기 전에 발견하고 예방한다. 또 교장 선생님의 사례에서 보듯이 학교 간에 경쟁을 하기보다 서로 적극 협력한다. 한국이라면 자기 학교의 자원을 더 어려운 학교와 나누려 하겠는가? 한국이라면 어떤 교장이 이런 협력을 하려고 할 때 학부모가 용인하겠는가?

도덕적 교육목적이 어떤 것인지 대충 짐작이 갔을 것이다. 이제 한국의 학교교육의 현실을 보자. 한국의 현 학교교육은 부도덕한 교육의 전형(典型)을 잘 보여준다. 왜 한국의 학교교육에는 부도덕한(immoral) 점이 그리 많은가? 예를 통해 보자.

초등학교 입학시점에서 학생들 간의 발달정도와 학업 준비정도(readiness)는 큰 차이가 있다. 초등 1-2학년만 보더라도 아직 한글 자모음을 인지하고 발음하지 못하는 아동이 있는가 하면 이미 5-6학년 수준의 우리말을 익힌 아동도 적지 않다. 이렇게 출발선이 불균등한데도 불구하고 표준화된 교육과정으로 획일화된 교육을 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아직 한글 해독이 안 되는 아동들에 대해서는 집에서 혹은 사교육에서 배우고 오기를 기대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교육제도 속에서는 선천적으로 학습속도가 느리거나 어릴 때 가정에서 책읽기 지도를 받지 못한 아동이 학교수업을 제대로 따라 갈 수 없다. 그래서 해를 거듭하면서 학습결손은 누적되고 이들은 학습부진아란 부당한 꼬리표를 얻게 된다. 이는 얼마나 공정하지 못한 제도인가! 세상에는 느린 학습자와 어릴 때 가정에서 부모의 충분한 뒷받침을 받지 못하고 학교에 입학하는 아동이 있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학교교육은 핀란드처럼 질 높은 예방과 조기개입 프로그램을 도입해서 한 사람도 낙오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옳다.

한국은 개인이 학교 수업을 제대로 따라 올 수 없을 때 이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하다. 그리고 따라 오기 어려운 아동들에게 더 신경을 써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학교들은 반대로 공부 잘하는 아동들에게 더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하더라도 이런 현실과 이런 제도를 그대로 유지시키는 것은 매우 비도덕적이고 정의롭지 못하다. 부도덕한 사례가 어디 이뿐이겠는가. 해당 학년에서 마땅히 배워야 할 내용을 배우지 못해도 상급 학년으로 그냥 진학시키는 무책임한 한국의 교육제도도 부도덕한 교육의 전형적인 사례다. 그리고 중고교에 올라오면 수준별 수업을 한다. 이는 우열반 분리수업이다. 통합교육이 아닌 것이다. 또, 한국은 선진 주요국과 달리 공부 못하는 아동들에 대해 성취목표 자체를 낮춘다. 선진 교육은 성취목표를 낮추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다. 학습이 느린 학습자에게는 더 많은 관심과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하여 모든 아동이 최소한의 성취수준에는 공히 도달할 수 있도록 이를 법으로 강제하기도 한다. 인간의 교육 기본권과 존엄성을 지켜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또, 한국의 학교교실에서는 중상위권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어 하위권 아동은 자신의 의지와 달리 수업에서 일상적으로 배제되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 이 역시 매우 부도덕하고 야만적이기까지 하다.

그리고 좋은 학교의 기준도 매우 부도덕하다. 대부분의 고교들은 SKY 대학에 많은 학생을 진학시키면 좋은 학교이고 좋은 교육을 한 학교라고 인정받는다. 언론도 그렇게 보도한다. 한 입으로는 인성교육, 전인교육이라고 말하면서 어떤 혁신학교가 전인교육을 하느라 일시적으로 학업성취도 성적이 조금 떨어지면 혁신학교 체제를 비판한다. 잘하는 아동과 못하는 아동의 격차를 줄인 학교가 가장 교육을 잘했다고 칭찬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게 한국 학교교육의 비도덕성의 현주소다. 한국의 학교사회는 이렇게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이런 상황은 정의롭지 못하다. 도덕적 교육목적과 도덕적 교육 리더십의 대가인 마이클 풀런은 도덕적 교육목적을 아래와 같이 정의한다.

 '도덕적인 교육목적'이란 지도하는 학생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주려는 다음의 4가지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① 성취기준을 낮추지 않는다.
② 기대를 낮추지 않는다.
③ 격차를 줄인다.
④ 공동체의 교육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서로 돕는다.

도덕적 교육목적의 특징을 좀 더 자세히 서술하면 아래와 같다.

• 도덕적 교육목적이란 타인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다.
• 도덕적 교육목적이란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로 행동하는 것이다.
• 도덕적 교육목적이란 학생간의 성취도 격차, 학교간의 성취도 격차를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만이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개혁의 방법이다. 이는 가장 높은 단계의 도덕적 교육목적이다.
• 도덕적 교육목적은 타인, 타 학교, 지역사회 등 더 넓은 사회 환경을 염두에 두고 의사결정을 한다.
•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최고 수준의 도덕적 교육목적이다.

한국의 학교교육은 위 도덕적 교육목적의 4가지 내용을 어느 정도 실현하고 있을까? 10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면 30점 정도를 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낙제점수다. 한국 사회는 개인의 성공, 개인의 영달에 모든 것이 맞추어져 있다. 중앙정부조차 학교를 그렇게 관리한다. 학생부 관리를 개인차가 드러나도록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교육을 국가가 나서서 선발과 선별에 초점을 맞추게 하는 것이다. 한국의 학교교육은 너무 경쟁적이다. 사교육 문제도 교육의 공공성 차원에서 봐야 한다. 사교육비의 증감은 본질적 문제가 아니다. 사교육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고등교육의 기회 배분에 사용되는 입시 성적에 부모의 경제력과 학력이 포함된다는 점이다. 이는 교육의 공공성을 훼손한다. 가정 배경이 학력을 결정하고 고등교육 기회를 결정하는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가 아니다.

3. 도덕적 교육목적의 부재는 누구의 책임인가?

앞에서 살펴본 한국의 학교교육에서 도덕적 교육목적이 부재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이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일단 학교와 교사들에게 일차 책임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학교교육을 실행하는 주체가 교사·교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 교원들은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자신들은 부도덕한 교육의 주체이기보다는 피해자란 것이다. 현재의 제도가 교원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상당한 부분 동의한다. 교사가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기 때문에 수준, 흥미, 학습유형 등이 제각각인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하기에는 학교 사이즈가 너무 크고 교사 1인당 감당해야 하는 학생 수가 너무 많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행정잡무가 많아 아이들을 개별로 보살피고 가르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항변한다. 이런 항변은 상당부분 일리가 있다. 교사 자신의 수업에 반응하지 않는 아동들을 매일 마주하면서 자괴감과 무력감을 일상적으로 느끼며 사는 교사의 삶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하지만 필자는 교사·교장에게도 책임이 작지 않다고 생각한다. 교사·교장 역시 도덕적 교육목표의 부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면 교사·교장에게는 어느 정도 책임이 있을까?

마이클 풀런이 말하는 도덕적 교육목적을 구성하는 아래 4가지 요소에 대해 성찰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① 성취기준을 낮추지 않는다.
② 기대를 낮추지 않는다.
③ 격차를 줄인다.
④ 공동체의 교육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서로 돕는다.

또, 교사와 교장이 얼마나 도덕적 교육목적에 충실한가를 알아보려면 아이들에게 "학교교육은 공평하고 정의로운가?", "학교교육은 각자의 능력에 따라 교육받을 수 있는 곳인가?", "선생님은 모든 학생을 존중하고 차별하지 않는가?"란 질문으로 설문을 해보면 알 수 있다. 이런 세 가지 질문에 대한 아이들과 학부모의 대답은 어떤 내용일까? 매년 학교를 중단하고 떠나는 6만 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설문한다면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가공할만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교육계는 학습이 느린 아동들에 대해 성취기준을 낮추지 않는다는 용어의 의미 자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의 경우 지능이 낮고 학습 결손이 심한 아동은 성취 수준을 낮추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는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느린 학습자도 배우는 내용, 배우는 방식, 배운 것을 표현하는 방식 등을 아동에 맞춰주면 느리지만 배운다. 이런 아동은 시간이 더 많이 걸릴 뿐이지 아예 성취기준을 낮추는 것은 아동의 교육기본권과 존엄성의 훼손과 관련된다. 미국은 함부로 아동을 학습부진아로 낙인찍지 못하게 한다. 적어도 아동이 교사의 수업에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교사의 가르치는 내용, 방법 등을 교사가 수정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3회 정도 해도 반응을 보이지 않을 때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고 학습부진으로 분류가 가능하다. 학습부진을 개인의 책임, 가정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한 한국과는 매우 대조되는 부분이다.

한국의 학교교육에서는 '기대를 낮추지 않는다'란 도덕적 목적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 공부 못하는 학생들에게는 쉽게 기대를 낮춘다. 사람은 타인의 기대에 맞추어 반응하고 기대만큼 성장하는 데도 말이다. 교사와 부모가 이미 "너는 안 돼"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아동은 노력할 이유가 없다. 아동은 자신의 장점, 가능성에 대해 스스로 파악하기가 힘들다. 주위의 사람들을 통해 자신의 장점, 단점, 가능성 등을 알게 된다. 아동에 대한 기대를 낮추지 않을 때의 기대효과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준다. 이에 대한 많은 실험의 결과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도덕적 교육목적의 부재나 이의 실현의지가 약한 것은 중앙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학생 개인 간, 학교 간 경쟁을 부추기는 역할을 중앙정부가 나서서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평가 제도적 요소를 청산하지 못한 것도 정부의 책임이다. 절대평가 도입의 걸림돌인 외고, 자사고 등의 존재와 유지도 정부의 책임이다. 학교교육의 기능에서 선발적 기능을 강화하고 유지시키는 것도 정부다. 초등학생은 초등학교에서 반드시 배워야 할 최소한의 내용은 배우고 중학교에 진학하도록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중학교에서 배울 최소 기준은 도달시켜 놓고 고교에 진학시켜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냥 진학시킨다. 일반고의 고2 교실에는 '학포자'가 2/3에 이른다고 한다. 고교생이 되어도 자신의 생각 하나 제대로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매우 많다고 한다. 출석일수만 채우면 중학생이 될 수 있고, 고교 졸업장도 주는 나라가 세계 어디에 있는가? 이는 매우 무책임한 교육제도다! 학습부진에 있어 예방과 조기개입이 가장 효과적인 것은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은 예방과 조기개입 제도가 없다. 이는 구호를 외쳐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교육의 도덕적 목적 부재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

4. 도덕적 교육목적은 어떤 과정을 통해 실현될 수 있는가?

도덕적 교육목적은 학교교육의 변화를 통해 교육불평등을 완화하고 학교교육의 야만적 요소를 줄여나가는 일이다. 이를 어떤 방법으로 가능하게 할 수 있는가? 마이클 풀런은 변화에 성공하기 위한 비결로 아래와 같이 말한다.

"변화에 성공하기 위한 절차 중 가장 중요하고 가장 먼저 갖출 것이 도덕적 교육목적(moral purpose)이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관계(relationship)의 개선이다. 도덕적 교육목적을 갖추는 것이 제1의 과제라면 제2의 과제는 관계의 개선이다. 모든 변화는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풀런은 "조직의 성공을 위해서 중요한 것은 사람 자체가 아니다. 사람들 간의 관계와 상호작용이다."라고 말한다. 또 그는 "타인을 공정하게 대우하지 않는 리더는 아무도 자신을 따라 주지 않는다."라고 주장한다. 그의 말대로 변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으로 도덕적 리더십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타인, 타 학교, 지역사회와 더불어 문제를 해결하고 함께 발전하려는 마음과 실천을 이끄는 리더십이다. 도덕적 리더십은 자기반 학생, 자신의 학교만 생각하고 돌보지 않는다. 이웃학교는 물론 지역사회까지 넓은 사회 환경을 염두에 두고 의사결정을 한다. 도덕적 리더십은 공동체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다. 즉 가장 높은 수준의 도덕적 교육목적을 실천하는 리더가 도덕적 리더십을 갖춘 것이다.

 [표1] 도덕적 교육목적의 범위와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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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덕적 교육목적 실현의 최고 단계는 모든 개인에게 진정한 배움이 일어나고 성취도 격차가 현격히 줄어들며, 학습공동체의 활성화를 통해 민주적이고 도덕성이 높은 지식기반 사회의 시민이 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도덕적 교육목적은 위 [표1]처럼 크게 여러 차원이 있다. 도덕적 교육목적 달성을 위한 리더십은 아래와 같이 4가지 차원 간에 경계를 허물고 상호적 관계를 맺으면 활발한 정보의 공유가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 개인(individual) 차원의 도덕적 교육목적의 달성은 가장 먼저 학생, 교사 개인에 대한 관심과 관계 개선으로부터 시작한다. 교사의 경우는 잘못된 채용을 해놓고 연수를 통해 교사를 변화시키려 하지 말고 애당초 교사를 양성, 임용할 때 도덕적 교육목적과 이념에 충실한 사람을 뽑도록 해야 할 것이다.

▷ 학교(school) 차원의 도덕적 교육목적의 달성은 학교장이 안전하고, 신뢰가 높으며, 서로 협력하고 안정적인 배움의 환경을 만들어 모두가 바라는 바람직한 성과를 낼 때 관계와 신뢰도 향상된다. 신뢰는 장기적으로 개혁을 추진하는 데 가장 소중한 도덕적 자원이 된다.

▷ 지역(region) 차원의 도덕적 교육목적의 달성은 학교장에 의해 수행된다. 학교장은 타 학교장과 협력해서 의무적으로 학교 내외의 여건(context)을 변화시킬 의무가 있다. 학교장은 강력한 변화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학교장은 숲과 나무 둘 다를 바라볼 줄 아는 안목을 갖추고 수평적, 수직적 방향으로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관련 조치들이 통합적으로 추진되도록 해야 한다.

▷ 사회(society) 차원의 도덕적 교육목적의 달성을 위해서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상부의 의사결정 주체들 간에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정보의 상호 공유는 지방정부, 중앙정부와 파트너십 관계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도 도움을 준다.

이상과 같은 도덕적 교육목적의 달성을 위해서는 풀런의 도덕적 교육목적과 리더십의 5가지 요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풀런의 도덕적 교육목적과 리더십의 5가지 요소

① 모든 리더는 도덕적 교육목적을 갖출 때 변화에 성공할 수 있다.
② 도덕적 교육목적은 과정과 결과 모두에 반영되어야 한다.
③ 도덕적 교육목적은 서술만으로는 안 된다. 반드시 실현을 위한 전략을 갖추어야 한다.
④ 도덕적 교육목적의 실현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사람들의 생각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⑤ 문화와 공유된 핵심가치는 흔히 조직을 하나로 묶어주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학교변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람들 간의 관계와 상호작용이 중요하다는 풀런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교장과 교사와의 관계, 교사 상호간의 관계,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와 상호작용의 질이 높아지지 않고 학교변화는 성공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는 학교문화의 총체적 변화를 의미한다. 도덕적 교육목적과 이념을 바탕으로 학교장의 도덕적 리더십을 키우는 것이 학교변화의 핵심성공요인인 것이다.

도덕적 교육목적을 실현하는 일은 변화의 원리와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변화의 원리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살펴보기로 한다. 대신 도덕적 교육목표를 실천하려고 애쓰고 있는 미국 텍사스 주의 실행 전략을 소개한다. 여러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 빈곤층 지역이면서도 학업성취도가 높은 학교를 만들기 위한 9가지 학교개선 전략

① 모든 학생들에게 높은 기대를 설정한다.
② 공유리더십을 통해 모두를 참여시킨다.
③ 교직원들 간에 협업을 장려한다.
④ 평가 데이터를 활용하여 학생의 성공을 돕는다.
⑤ 모든 초점을 학생에 맞춘다.
⑥ 학습의 장애요인을 해결한다.
⑦ 학교수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가정의 협력을 이끌어 낸다.
⑧ 개입이 필요한 아동을 확인하기 위한 시스템을 운영한다.
⑨ 특수교육이란 일반교육 프로그램에서 성공하기 위한 과정으로 정의한다.

위 9가지 전략에는 도덕적 교육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실제적인 전략이 다 담겨 있다. 특히 '⑨ 특수교육이란 일반교육 프로그램에서 성공하기 위한 과정으로 정의한다.'의 내용은 감동적이다.

그리고 교사들의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학습자의 학습능력이 고정된 것인가 성장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 뇌과학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새로운 경험과 학습으로 뇌는 변한다. 그것도 일생동안 변한다. 그래서 이런 뇌과학의 연구 결과는 교사들이 아래의 고정관점서 성장관점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한다.

• [고정관점(fixed mindset)] 아이들이 할 수 없는 과제를 용기를 내서 해보도록 장려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또 한 번의 실패 경험을 하게 할 필요가 없다. 몇 달 관찰하면 잘 할 아이와 못할 아이가 다 판별이 난다.

• [성장관점(growth mindset)] 우리 학교는 모든 아동이 학기 초 얼마나 잘 하느냐와 상관없이 높은 성취 목표를 제시하고 도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학기 초 형편없어서 실망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끈질기게 노력하면 놀라운 발전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우리는 아동이 지금 어떤 상태와 수준에 있는지 알기 위해 형성평가를 자주 실시하고 피드백을 준다. 그리고 계속 관찰하면서 능력을 키워주고(empower)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이끌어 준다.(Five Big Ideas, 2013)

이상의 것들이 가능할 수 있기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가장 먼저 변화해야 한다. 중앙정부부터 도덕적 교육목적에 충실한 교육시스템과 정책을 실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부의 중앙 통제 중심의 교육행정이나 의사결정 시스템의 혁명적 변화가 필요하다. 중앙정부가 농어촌의 학교 교육과정까지 관리하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중앙정부가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도덕적 교육목적에 충실한 교육을 하려는 사명감과 열정이 넘치는 교사들이 많다. 이들이 한결 같이 하는 요구는 모든 아동들에게 개별화 수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습량의 실질적 감축이 필요하다. 그리고 교사 1인당 학생수의 감축도 필수적이다. 그리고 한 사람의 학생도 포기하기 않을 수 있는 질 높은 통합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반응중심개입(Response to Intervention: RTI), 보편적 학습설계(Universal Design for Learning) 등의 접근이 필수적이다. 이런 것들은 개별화 수업을 위한 핵심요소다. 헌법 제31조 ①항의 내용을 이행하기 위해서도 개별화 수업으로 나아가야 한다. '능력에 따라 균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는 개별화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이는 질 높은 통합교육을 교육비전에 구체화하든가 입법화를 통해 예산을 확보하고 단계적으로 실천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5. 맺음말

 현재 학교교육에는 더 많은 보살핌과 관심이 필요한 아동들은 수업에서 배제되는 등 공정하지 못한 면이 많다. 또 학교교육이 모두의 성공보다는 개인의 성공을 돕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이런 변화를 위해서는 교육주체들이 '도덕적 교육목적(moral purpose)'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공부에 어려움을 느끼는 아동들에게 너무 쉽게 성취목표를 낮추거나, "너는 해도 안 돼" 식으로 성장과 발달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것은 학교교육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런 문제를 교사들에게 제기하면 교사들의 반응은 대부분 "제도가 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에 가깝다. 진도를 뺄 수밖에 없는 과다한 학습량, 개별화 지도를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학급당 학생 수, 그리고 행정 잡무 등이 이를 어렵게 하는 주요 이유라고 말한다. 이런 이유들은 일리는 있지만 교사들에게도 책임은 적지 않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누가 먼저 나서야 하는가?

일차적으로 중앙정부가 나서서 교사들이 도덕적 교육목적에 충실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아울러 중앙정부는 우리의 학교교육이 얼마나 비도덕적이고 무책임한 면이 많은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는 정의롭지 못하고 차별적인 교육에 대한 방조자들이다. 이제 더 이상 도덕적이지 못한 교육 시스템과 교육에 대해 눈감아선 안 된다.

가장 먼저 중앙정부는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또 정부는 이를 중장기 비전에 담아 실현할 책임이 있다.

• "개인별 맞춤 교육 없이 모든 아동을 자신의 잠재력만큼 개발해 주는 것이 가능할까?"
• "어떻게 하면 도덕적 교육목적에 충실할 교원을 양성하고 임용할 수 있을까?
• "어떻게 해야 모든 아동들이 최소한의 성취기준에 도달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는가?"
• "어떻게 하면 해당 학년에서 반드시 배울 내용을 배우고 상급학년으로 올라가게 할 수 있을까?"
• "어떻게 아동이 낙오하기 전에 증세를 발견해 예방과 조기개입으로 낙오와 학습결손을 예방할 수 있을까?"
• "어떻게 하면 공부 못하는 아동들을 따라갈 수 없게 만드는 중상위권 위주의 수업관행을 막을 수 있을까?"
• "어떻게 하면 경쟁하기보다는 협력하게 할 수 있을까?"
• "어떻게 하면 개인의 성공에만 매몰되지 않고 공동체의 성공을 더 우선시하게 할 수 있는가?"
• "어떻게 하면 대입전형과 상관없이 학교교육이 교육과정에 충실한 교육을 할 수 있을까?"

도덕적 교육목적에 충실한 교육은 공정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을 말한다. 이는 또 한국의 개인주의 사회문화를 공동체 우선의 문화로 바꾸어 나가는 일이기도 하다. 또 이는 승자독식의 사회가 아니라 개인의 성공의 성과가 공동체 전체의 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좋은 환경에서 좋은 건강과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며 이들을 돕는 것이 자신들의 '의무'라는 사회적 자각이 필요하다. 현재 학교교육에서 가장 먼저 시정되어야 할 문제를 꼽으라면 이는 이론의 여지 없이 "도덕적 교육목적의 회복"이다. 이의 실천을 위해서는 교육리더들의 반성과 새로운 자각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중앙정부의 정책결정자, 정치가, 언론 등도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나서주기를 바란다.

출처: 허핑턴포스트, 2015년 07월 16일, 이찬승(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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